반대 세력에 대해서는 "눈에는 눈으로"

<뉴욕칼럼> 속 좁은 '기독교 장로 정권'

채수경 | 기사입력 2009/12/24 [22:00]

반대 세력에 대해서는 "눈에는 눈으로"

<뉴욕칼럼> 속 좁은 '기독교 장로 정권'

채수경 | 입력 : 2009/12/24 [22:00]
신약성서의 주인공이 예수라면 구약성서의 주인공은 모세, 아브라함의 자손 12지파 중의 일족인 레위 가계의 아므람과 요게벳 사이에서 태어난 모세는 40세 때 동포가 몹시 학대받는 것을 보고 분개하여 이집트인을 살해한 후 미디안 땅으로 도망갔으나 80세 되던 해 호렙산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키라”는 여호와의 음성을 듣고 이집트로 돌아와 형 아론의 협조를 얻어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킨다.
그러나 모세는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요르단 강 건너편 모압 땅에서 가나안을 바라보면서 죽는다. 왜 모세는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지 못했을까? 성서 깨나 읽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불신이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지만 잘라 말하자면 모세의 믿음이 여호와의 뜻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구약성서건 신약성서건 무조건 떠받들어 믿지만 그거야말로 유태인들로부터 비빔밥 신앙이라는 조롱을 받아도 싸다. 예수는 유대인이었지만 유대교 율법을 초월하여 민중을 선동(?)하다가 율법학자나 바리새인 등 유대교 지도자의 반감을 산 나머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는 사실을 까먹어서는 안 된다.
예수는 구약성서의 율법만으로는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는 확신 아래 자신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 흘린 피를 여호와와 인간 사이의 새 언약으로 삼았던 바, 예수 믿는 사람들은 구약성서를 읽을 때 그 내용이 예수의 가르침과 상위(相違)되지 않는지 확인해가면서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신명기에 나오는 저 유명한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eye for eye, tooth for tooth)’라는 구절만 해도 그렇다.
모세는 “형제를 거짓으로 무함한 것이 판명되거든 그가 그 형제에게 행하려고 꾀한 대로 그에게 행하여 너희 중에서 악을 제하라. 그리하면 그 남은 자들이 듣고 두려워하여 이후부터는 이런 악을 너희 중에서 다시 행하지 아니하리라”고 가르쳤지만 예수는 “너희 원수들을 사랑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고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선을 행하며 앙심을 품고 너희를 대하며 핍박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라”면서 누가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도 돌려대라고 가르쳤었다. 왜? 예수가 쪼다인가? 아니다. 인간세상의 원한과 선악 판별이라는 게 어리석음의 범벅이라는 걸을 깨달은 사람들은 예수의 가르침이 모세의 가르침보다 훨씬 더 하느님의 뜻에 가깝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은 신약성서보다도 구약성서를 더 많이 읽었나? 아니면 아랫사람들이 대통령을 욕보이려고 작정했나? 이명박 정권이 원수를 사랑하기는 커녕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맞서고만 있음에 예수도 눈살 찌푸리게 생겼다.
지난 6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부인 김윤옥 여사가 1500만원대의 프랭크 뮬러 시계를 찼다는 의혹을 제기하여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김현미 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 받은 데 이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죄하라”고 외쳤던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장례식 방해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는 소식에 떨떠름함을 금할 수 없다.
선거판에서의 유치한 티격태격이나 장례식장에서의 치졸한 감정 표출에 대해서까지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응징하고 있음에 이명박 정권의 속이 그렇게도 좁으냐고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김윤옥 여사나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고소한 게 아니라 아랫것들의 과잉충성이라고 하더라도 기독교 장로임을 자랑스레 여기는 본인이 관련된 만큼 본인이 나서서 말렸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온 국민을 포용해야할 정권 치고는 관용이 모자라는 것 같다. 반대 세력에 대해서는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맞서면서 세금 포탈해먹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그리고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면 운운하기에 종교편향 시비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청와대로 목사를 불러 예배 보는 ‘기독교 장로 정권’을 향해 눈 흘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채수경 / 뉴욕거주>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추천칼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