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으로 한나라 당 압도할 수 있다"

돌아온 김민석, "이젠 킹메이커 시대가 아닌 킹 빌더의 시대"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7/06/20 [14:43]

"정책으로 한나라 당 압도할 수 있다"

돌아온 김민석, "이젠 킹메이커 시대가 아닌 킹 빌더의 시대"

뉴민주닷컴 | 입력 : 2007/06/20 [14:43]
 
김민석 전 의원  ⓒ 황문성 작가
지난 13일 정치복귀를 선언한 민주당 김민석 전 의원이 킹 빌더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빅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킹에 관심있냐, 킹 메이커에 관심있냐고 하는데 킹 빌더에 관심이 있다"면서 "정책과 비전으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대선 판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 당 지지율은 떨어지는데 후보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범여권 후보들은 정책과 비전이라는 뇌관을 때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범여권 대통합에 대해선 "민주당 복원에 플러스 알파 개념"이라면서 "친노세력은 대통합에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에 대해선 "지지철회는 노무현 후보가 잘못하고 정몽준 후보가 잘못 푼 것이다"라면서 "보다 정치적으로 대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민석 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김민석 전 의원  ⓒ 황문성 작가
빅뉴스 (이하 빅): 3년 만에 정치 복귀를 선언했는데 간단한 소회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김민석 전 의원 (이하 김): 주로 복귀 직후에는 언론과의 만남이었다. 복귀 기자회견에서 설명했지만 7~8월까지는 원래 설정했던 일인 국정과제에 대한 비전을 순차적으로 제안하겠다. 비전 프로모션이다. 기자회견 때 밝힌 새만금 대특구 프로젝트도 다시 한 번 설명했고, 다시 정리중이다. 24일엔 남북관계로 하나 제안할 것이고, 7월 중순까지는 거의 주 간격으로 제안하려한다. 7월말에는 새만금 대특구 프로젝트 토론회가 잡혀있다. 이제 막 복귀했으니 당에 착지를 해야 한다. 이번 주에는 박상천 대표도 한 번 만났고, 당에 가서 중앙당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도 할 예정이다. 통합 과정에서는 당에서 적절한 역할이 오면 고려하겠다.

빅: 지난 4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김민석 전 의원이 등장했는데 반응이 괜찮은 편이었다.

김: 바닥 대의원들이 정서상 좋게 봐 주는 게 있는 것 같다. 88~89년 야당 통합운동부터 거의 20년 기간동안 해왔고, 여러 가지 함께 치러봐서 그런 것 같다. 그 분들이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있어서 다니는데 반가워하고 민주당 잘 살리라고 격려해준다.

빅: 예전과 달리 인터넷언론이 많이 등장했고, 젊은 기자들도 많아졌다. 반응은 어떤가.

김: 6월 13일 정치활동 재개 성명을 내니 대선 출마에 관한 질문이 나오는데 무척 의외였고,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다. 요새가 대선 출마 붐이어서 그런 것 같다. 출마하겠다는 분들이 워낙 많으니 대선 질문을 하는 것 같은데 의외였다. 너도 나도 하는 건 하고 싶지 않다. 출마계획 전혀 없다. 아직까지는 저 분이 어느 당인지, 국회의원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빅: 지금 상황에서 많은 대선주자들이 말하는 부분은 진보와 보수, 통합 이런 얘기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은 복귀하자마자 정책 얘기를 꺼냈다.

김: 지금 방식은 아니라고 보고, 그래서 다시 정치를 한다. 제일 답답했던 게 각자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은 비전 있는 통합이 아니라면 이기기 어렵다고 본다. 2002년엔 비등한 후보를 합치면 이겼다. 하지만 지금은 통합 플러스 알파를 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후보가 통합에 대해 할 일은 많지 않다. 긴장감 줘서 오히려 통합이 안 될 가능성도 높다. 후보들이 제일 할 수 있는 일은 지지율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면 소위 후보 중심의 통합된다.
지지율을 올리고, 반한나라 전선을 하는 건 비전을 세워야 한다. 그걸 안하고 있어 답답하다. 킹에 관심있냐, 킹 메이커에 관심있냐고 하는데 나는 킹 빌더에 관심 있다. 빌더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하나는 세력 통합, 하나는 통합된 세력에 기초해 한나라당과 맞서는 비전을 만드는 것이다. 치열한 정책 경쟁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출마계획도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이 제기하는 비전만큼도 안 된다면 자격 없다고 본다. 정치인이 정책 얘기 하는 걸 이상하게 보는데 안 하는 게 이상한거다.

빅: 킹 빌더란 표현이 조금 생소하다.

김: 대선구조와 판을 바꾸고 싶다. 치열한 정책 경쟁을 통해 재미와 감동 있는 판을 만들고 싶다. 반한나라 진영에서 여전히 알게 모르게 지역의 연합, 권위에 근거해 해보려는 게 있는데, 국민들에게 감동을 못 준다고 본다.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나와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문제제기 하고 싶다.

빅: 한나라당은 대운하, 열차 페리 등을 가지고 정책적인 검증을 하고 있는데, 한나라당 정책을 압도할 수 있는 게 있나?

김: 반한나라 진영은 비전제시가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고, 한나라당은 비전제시가 잘못됐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대운하나 열차 페리는 적절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저 쪽이 뭔가 내놓으니깐 저리로 가는 것이다. 그럼 이쪽에서도 뭔가 내놔야 하는데 첫째는 경제로 한나라와 치열한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이 경제 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바라고 있다면 그에 대한 대안 제시를 중도개혁세력 칼라에 맞는 것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이 쪽 후보들이 하는 건 저기가 경제니깐, 우리는 평화인데 이건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경제에 대한 대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경제정책에서 치열한 전면전을 펼쳐야 하고, 비교 우위에 있는 평화정책도 DJ 정책에 플러스 알파를 내놔야 한다. 그 다음에 정치에 대해서도 답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대선후보들이 자기주장을 내놔야 한다.

빅: 김 전 의원의 정책적 비전이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보다 낫다고 보는 것인가.

김: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 범여권 보다 내 골자가 낫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상 나오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빅: 대선주자들 캠프마다 정책 자문단이 있는데 김 전 의원 쪽은 어떤가.

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나, 정책은 자문단에서 내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국가를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아젠다인데, 그걸 자문단에 맡길 거면 대통령 할 자격이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는거고, 자문단이 이를 세부적으로 만들고 학습 시키는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가 이렇게 이끌어가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나는 비교적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소수정예 그룹이 있고, 많은 도움을 받지만 기본 구상은 나다.

빅: 소위 정책논쟁이라는 것이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를 비판하는 것이고, 언론사 기사들도 정책은 아니고 대선 판 기사만 나온다. 소통합, 대통합 이야기만 벌써 3달을 끌고 있다.

김: 답은 거의 나와 있다고 본다. 분열이 되서 통합하는 거고, 이는 분열이 잘못되어서 분열 이전으로 돌아가는 거다. 플러스 알파하면 더 좋은 거다. 2002년 당시 내가 생각했던 것도 노무현과 정몽준을 후보단일화하고 민주당에 알파를 더한 대통합이었다. 제가 협상문안 타결하면서 그 전에는 없었는데 이후 통합을 고려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그 때 생각한 게 민주당, 정몽준, 유시민의 개혁당을 더하는 것이었다. 지금 소위 말하는 대통합이라는 게 열린우리당+민주당+친노세력+시민사회세력+후보단일화세력일텐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고 본다. 대통합은 민주당 복원에 플러스 알파개념이고, 필연적인 귀결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되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난 잘 안 될 것이라고 봤다. 배제론이 문제가 아니고, 친노세력이 참여 안 해서 안 된다고 봤다. 총선 때 가서 실험하는 것이 그 분들 목표가 아니냐. 절대 안 한다. 될 거라 생각했지만 안 되고 있고, 본심이 드러나고 있다. 그걸 현실로 보고 그래도 대통합할거면 최대한 합쳐야 한다. 대통합 주장하는 사람들도 친노세력과 함께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

빅: 지금 구도로는 열린우리당에 친노세력이 약 40명 정도 남을 것 같고, 중도통합민주당과 범여권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중간지대가 있다.

김: 거기서 이제 어차피 합치려고 노력할거다. 아직 예측하기 어렵고, 워낙 경우의 수가 복잡하다. 가능한 최대한의 통합이 바람직하니까, 틀 자체를 하나로 하는 것이 좋고, 후보를 뽑는 것도 하나 있다. 중도통합민주당과 중간지대가 조직적으로 통합 안 되고, 후보를 단일화 하던가. 변수가 많다. 우선 조금 더 봐야 한다. 중간지대가 제일 어렵다. 구심력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빅: 중간지대 판을 짜는 역할을 할 것인가, 민주당내 역할을 할 것인가.

김: 민주당에 몸담고 있으니 중도개혁세력이 통합하는데 민주당 내에서 힘쓸 것이다. 친노세력이 거부하면 나머지라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 민주당에 속한 사람이니 전체 통합이 가급적 됐으면 좋겠다고 보고 있다.

빅: 민주당이 범여권 중간지대에 있는 의원들을 자꾸 빼서 통합하면 감정싸움이 나지 않겠는가.

김: 일리 있는 말이다. 중간지대가 균질하면 1:1로 만나 말을 하면 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손 전 지사가 오픈프라이머리 참여를 대체 언제 할지, 문국현 사장이 언제 의사를 밝힐지 알 수가 없다.

빅: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곧 시작되는데.

김: 후보들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당도 없고, 준비가 안 되도 다 하고 있다. 룰과 당은 정해지는 것인데 개인적인 감으로는 현실적으로 중도개혁진영 후보 뽑는 것이 한나라당 후보 경선이 8월 20일이라 그 이후에 해야 한다고 본다. 추석 전에 뽑으면 된다. 현실적으로는 8월말, 9월초라고 본다. 다른 일정을 내놓기 어렵다. 선관위 위탁 얘기는 기술적으로 7월에 위탁해야 한다는 건데, 일단 민주당이 위탁해놓고 룰을 바꾸면 된다. 어려운거 아니다.

빅: 조순형 의원이 후보단일화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는데 직접 후보단일화를 추진한 경험에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김: 결국 누구와 누구의 문제인데 큰 틀에서 반한나라가 가능하다고 본다. 노무현, 정몽준 후보단일화는 당시 말이 많았지만,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봤다. 정치개혁, 햇볕정책이란 공통점이 있지 않는가. 노무현, 정몽준 후보단일화 틀을 유지했으면 특검도 안 했을 수 있다고 본다.

빅: 범여권에서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말이 한나라당 집권 저지를 위한 통합이다. 공허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김: 나도 문제라고 본다. 대운하가 나라 망쳐먹는다면 우리는 다른 거 하겠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저기가 집권하면 이렇게 되고 우리가 집권하면 이렇게 된다. 그래서 저기가 집권하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한나라당이 문제가 많지만, 과거에 비해서 예전 차떼기정당이라고 보기 어렵고, 남북관계도 시베리아 냉전시대로 돌이키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 정책 많이 냈다. 생동감 주고 있다. 일방적인 반한나라 연대 옳지 않고,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4.25 재보선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 연승 가도가 무너졌다. 당 지지율은 떨어졌다. 하지만 후보 지지율은 안 떨어진다. 한나라당 정신 못 차리고 오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에게서 당 지지율은 떨어지지만 후보들 지지율은 안 떨어진다. 지금 이 쪽은 반한나라 빼곤 없다. 뇌관을 건드려야 한다. 노무현 후보는 당시 시대정신의 뇌관을 건드렸다. 3김 정치를 종식시키고, 정치개혁 하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내용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 뇌관을 건드렸다. 지금 후보들은 뇌관을 모른다. 난 비전과 정책이 뇌관이라고 본다. 실제로 이번에는 정책과 비전이 커질 거라고 본다. 국민들은 정책과 비전에 목마르고 있다. 그걸 때리면 분위기 바뀐다. 범여권 중도개혁세력이 국민들에게 딱 맞는 창조적인 경제, 남북관계, 복지 정책을 내놔야 한다. 2002년 대선 결과를 두고 정치평론가들이 새 정치에 대한 국민요구의 뇌관을 건드려 당선되었다고 말했고, 구체적인 방법이 인터넷이라고 했다. 감히 예언하건데 2007년 대선 결과에 대해 평론가들은 국민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비전과 정책의 뇌관을 때리는 새로운 방법으로 운동한 사람이 이겼다고 말할 것이다. 확신한다.

빅: 정책 선거라면 아무래도 이명박 전 시장이 많이 언급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전 시장과 맞붙지 않았었나.

김: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그 분에게 많이 배웠다. 우리나라에서 준 대통령 선거일 정도로 큰 선거인데, 민주화 이후에 정책 이슈를 전면으로 내세운 첫 선거였다. 일정 승부를 본거고, 이 전 시장이 기여했다고 본다. 진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환경 쪽으론 DJ 아들들의 비리가 있었고, 주관적으론 평가하기엔 상대 후보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정책 마케팅을 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정책이 많았지만 마케팅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 먹힌다고 본다. 대운하 잘못됐다. 오히려 새만금 프로젝트가 더 낫다고 본다. 대운하는 새만금 프로젝트로 맞붙어도 이긴다고 본다. 이명박 후보가 그나마 뭔가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가산점이 붙어 지금 앞서고 있는 거다.

빅: 당시 청계천 복원을 반대했는가.

김: 아니다. 크게 두 가지 기조였다. 하나는 신중한 추진, 또 하나는 다른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서울의 복지와 교육을 강조했다. 같은 예산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유권자 입장에선 저 쪽에서 말하는 청계천은 쏙 들어오는데 내 아젠다는 일단 설명을 들어야 하니까 매력적이지 않았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전 시장이 선거 준비를 더 잘했다고 본다.

빅: 청계천 복원에 대해 이 전 시장을 평가한다면.

김: 교통문제 없이 청계천 복원한 것, 평가받을 부분 있다고 본다.

빅: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김: 상당한 내공이 있다고 본다. 정치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우선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시대정신에선 아니라고 본다. 안타까울 정도로 너무 내놓을게 없다. 참 안타깝다.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답답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전통적인 보수 이미지 외에 경제적 대안 이런 것들에서 큰 호소력을 못 느끼겠다. 열차 페리는 아닌 것 같고.

빅: 과거 김민석 하면 2002년 대선 판을 흔든 걸로 알려져있다. 최근 글을 보니 노무현과 정몽준이 모두 시대정신이 아니었다고 썼던데.

김: 그건 아니고. 당시 시대정신은 3김 시대가 끝난 뒤 새 정치와 남북화해 유지였다. 노무현, 정몽준 모두 시대정신에 비교적 맞았다. 부패 이미지도 없고, 정치개혁 주장했다. 정치공학 적으론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았으면 절대 못 이겼다. 후보단일화가 합의되는 날 하루 전까지 이회창 후보가 지지율을 진 적이 한 번도 없고, 후보단일화 되고 나서는 우리가 진 적이 없다. 외변상 보니 그랬는데 내공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2002년 대선은 후보 셋은 시대정신의 내공이 아니었다고 본다. 정몽준 후보는 노무현 후보의 감정적인 자극에 감정적으로 폭발했다. 정치적인 지혜가 안타까웠다. 노무현은 시대정신 두 가지을 다 깼다. 통합 깨고 분열정치를 했고, 햇볕정책을 깨고 특검을 실시했다. 민주세력 무능론을 친노세력이 얘기하는데 저는 비판할 자격 없다고 본다. 민주세력 무능론은 민주세력 분열에 기초한다. 노 대통령이 가장 반민주적인 행위를 한 것이다. 다시 돌아오기 했지만 햇볕정책도 3년 정도 혼돈에 빠뜨렸다. 국민들은 2002년 대선을 교훈삼아 이번 대선에서 마지막까지 심사숙고 할 것이다.

빅: 지난 5년간 말 못할 심적 고생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본인이 결단해 후보단일화가 됐으니까 완수했다고 보는 점도 있을 것이고, 정몽준 후보가 판을 깨버리면서 엄청난 고뇌를 했을 것 같다.

김: 당시 서울시장 떨어지고 나서 후보단일화 참여를 안 하려고 했다. 한 달 고민하다 결심한건데, 논의과정에서 나 혼자는 아니고 돌이켜보면 지금은 거의 다 대선주자급인 분들과 의논했다. 모두 공감하지만 총대를 아무도 안 메서 내가 멘 격이다. 후보단일화는 정치생명을 걸고 했다. 안 되면 설명할 길이 없고, 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부담스러운 낙인이라고 생각했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에겐 미움 박힌 것이니까. 단일화가 성사된 이후 계획은 단일화가 안 되면 정치를 그만 두겠다고 생각했고, 단일화가 되면 대선 승리한 다음날 외국 유학을 가기로 생각했다. 잘 되도 친노세력에게 미움 받으니까. 대신 자부심은 남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지철회로 인해 모두 없어졌다. 정말 설명이 불가할 지경이었다. 지지철회는 노무현 후보가 잘못하고 정몽준 후보가 잘못 푼 거다. 쉽게 말해, 마지막 날 노무현 후보가 안면몰수하고 내일부터 팽 시키겠구나 라고 정몽준 후보가 느낀 거다. 정치인은 그것을 정치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다. 더 오히려 지혜롭게 풀고, 지지철회 한 뒤에 노무현 후보가 집을 찾아오면 그때라도 받아주고 절충했어야 한다. 그게 정치력인데. 지지철회보고, 절망했다. 내가 저런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고생했나 생각했다. 정치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빅: 이철 전 의원 같은 경우 정몽준 후보가 지지를 철회하고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김: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자존심이 있다. 나는 내 할 몫을 다 했다. 바로 다음 날 성명서를 냈다. 지지철회 번복 못 시킨 것 미안하고, 노무현 후보가 잘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보단일화 책임이 있으니까. 이철 전 의원 하고 저는 입장 다르다. 이철 전 의원은 본인이 이후에 인터뷰했지만, 정몽준 후보 협상대표를 하면서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길 바랬다고 하는 등 여러 태도가 정몽준 후보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 후보단일화 1차 협상이 깨진 이유가 있다. 잘못된 자세다. 노무현 후보, 정몽준 후보에게 잘못이고 본인에게도 위선이다. 협상대표 할 생각 없다가 마지못해 나갔는데 정치적으로도 큰 부담이었고, 후보들의 원망은 또 누가 듣겠는가. 신계륜 의원하고 내가 누가 되도 단일화하면 이긴다, 그러고 간 거다.

빅: 정치 입문한 후로 혹독한 시련을 4년 이상 겪었는데 본인 스스로도 많이 좌절했을 법 한데.

김: 3김 이후 정치행위를 가지고 내가 최고로 많이 비판받은 것 같다. 주최적인 반성 많이 한다. 서울시장 때도 주변에서는 DJ 아들들을 원망했지만, 난 졌어도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선에서 무척 많이 욕을 먹었는데, 내가 정말 고민하고 후보단일화를 했으니 어느 정도는 이해할 것이라고 조금은 기대했다. 하지만 보다 많은 분들이 비판했다. 내가 평상시에 더 잘했고 의미 있는 정치를 했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점에서 깊이 반성한다. 하지만 정치인이 욕먹어도 소신이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을 놓고 봤을 때 지금이라면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다. 목표가 같더라도 보다 지혜롭게 행동했을 것이다. 돌아온 김민석이 예전 김민석과 다른 점은 뭘 위해 정치하는지를 분명히 할 것이고, 정치하는 과정을 중요시 할 것이다.


빅: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2003년 글에서 두 가지를 지적했는데 하나는 서울시장 토론회 때 이명박 후보는 어눌하게 토론을 하는데 너무 몰아세워 건방지게 보인 것이고, 또 하나는 총선 때 한 타임 쉬는 기다리는 지혜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김: 먼저 서울시장 토론회 지적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도 참 힘들었어요. 서울시장 선거는 선거운동이 나와 꼭 맞지 않았다. 부분적인 네거티브 선거가 있었다. 인정하고, 잘못됐다고 본다. 그걸 안할 정도로 선명한 아젠다를 가지고 정책 대 정책으로 붙었어야 했다. 총선 출마에 대한 지적 또한 일리 있다고 보는데 이렇게 이해해주면 좋겠다. 총선 출마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출마가 아니라, 2002년 후보단일화 하겠다고 주장하고 당을 나갔다가 다시 복당하는 엄청난 고생길이었다. 난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정말 엄청나게 많다. 내 선거도 못할 정도로 창당 작업의 실무적인 부분을 직접 8개월간 했다. 한 번 집 나간 다음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배웠다. 대선 후 복당 하는데 엄청 고생했다. 당내에서 다 이해해 주는 척하면서 이 기회에 정리하자는 분위기도 있었다. 거의 진흙탕을 기다시피 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지역구도 바꾸지 않았느냐. 지역구도 주고 한 달 만에 선거했다. 탄핵 속에서 선거를 치뤘지만, 남들 죽을 때 같이 죽는 것이 옳다고 봤다.

빅: 지난 5년 동안 정치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정치를 그만두고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었나.

김: 이번에 정치복귀 하니까 대선출마가 아니냐고 해서 의외였다고 말했지만, 올 3월 까지만 해도 총선도 전혀 관심 없었다. 오로지 관심은 공부였고, 논문을 마치고 싶을 뿐이었다.


인터뷰 후기

김민석 전 의원은 인터뷰를 마친 뒤, 인터넷 논객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한 논객은 "10년 전에 한번 뵌 적이 있었는데, 많이 달라졌다. 그때는 혼자만 이야기했었는데 오늘은 혼자만 듣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 김 전 의원은 인터뷰를 마친 뒤, 논객들과의 대화에서 주로 듣는 편이었다. 특히 가끔 가다, "내가 정말 어떻게 하는 게 바른 길 같습니까"와 같은 질문도 자주 던졌다.

김 전 의원은 정치인 중 가장 빠르게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러다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을 걸었다. 김 전 의원은"아마 DJ와 YS 이후로 나보다 더 혹독한 일을 겪은 정치인이 또 있을까요?"라는 말을 농담삼아 던지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태도는 분명히 달라졌다. 그것이 내적 성숙의 결과인지, 아니면 단지 외적인 변화일 뿐인지, 그것은 김 전 의원이 앞으로 걸어갈 정치적 행보에 따라 판명날 것이다.

  <조현우 변희재 / 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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