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참사 부른, 노무현 정권의 국내용 외교

국내 여론 의식해, 불피요한 이슈화에만 집착

변희재 | 기사입력 2007/08/01 [16:44]

인질 참사 부른, 노무현 정권의 국내용 외교

국내 여론 의식해, 불피요한 이슈화에만 집착

변희재 | 입력 : 2007/08/01 [16:44]
미국에 당당하겠다는 노대통령의 외교 수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4대 열강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가장 필수적인 능력은 국제 외교이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사상 초유의 4%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경제대통령 신드롬이 불고 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의 외교력은 필수과목이나 다름없다.

  한 인물의 외교능력은 국민들이 평가하기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노대통령이 후보시절 “미국에 당당한 대통령이 되겠다”라는 발언으로 자주성을 인정받아, 젊은층의 표심을 모았다. 그러나, 어떠한 외교능력으로 미국에 당당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는 대선 당시 검증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미국에 가서는 굽실거리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언론을 통해 반미적 발언을 하는 이중플레이에 골몰하는 모습만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미 두 명이 참살당한 아프간 피랍사태에서, 노무현 정권의 외교능력이 현실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과정은 파탄 수준이다. 외교력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한승주 전 주미대사는 피랍사태 초기시절, “김선일 사건 이후에도, 아프간의 입국을 금지시키지 않는 등, 사전 예방조치가 전혀 없었다”고 질타했다. 이미 한국군이 파견되어있기 때문에 이라크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아프간의 상황을 미리 예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부터 잘못되었다.

  두 번째는 피랍사건이 터지자마자, 한국군 철수가 예정되어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협상 주도권을 탈레반 측에 완전히 넘겨주어버린 일이다. 테러단체의 피랍사건이 터지면, 1차적 목표는 분명히 정해진다. 자국의 인질을 구출해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도저히 방법이 없으면, 향후 다시는 피랍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해야한다. 한국군 철수발언은 이 두 가지 목표 모두에 장애가 되었다.

  한국민 납치하면, 하루만에 성과 얻는다

  탈레반 측은 한국정부의 즉각적인 반응에 고무되면서, 차근차근 조건을 늘려나가며, 인질을 살해하고 있다. 처음부터 백기를 들어버린 꼴이 된 것이다. 이는 아프간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있는 테러조직이 한국인을 타겟으로 삼도록 유인하는 효과를 내버린다. 일단 한국민을 잡으면, 하루만에 뭐라도 얻어낸다는 학습효과를 전 세계의 테러조직에 알려준 셈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질을 구해내면 다행이다. 그런데,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한국정부는 시종일관, 아프간 정부의 힘에 달려있다며, 이들의 협상력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는 이미 일찌감치 포로 교환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국제외교에는 정도와 원칙이 없다. 힘의 역학관계 속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냉정한 판단을 내려, 목표가 정해지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특히 해결과정에서는 국내에서 아무리 빗발치는 비난을 받더라도, 목표를 위해서 이를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러한 피랍사건에서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시작 때부터 대외적으로는 협상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뒤에서, 이해당사자들과 사실상의 뒷거래를 하며 인질을 구출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국내여론만 의식하다 아프간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단 하나의 카드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피랍사건, 국내여론만 의식, 쓸데없는 성명발표

  노무현 정부의 더 큰 문제는 아무런 외교력도 발휘하지 못하면서, 국내 정치를 의식해 끊임없이 영양가도 없는 청와대 대변인 성명서를 발표하며, 여론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네티즌들을 향해 인질을 욕하지 말라는 사치스러운 성명서까지 발표되었다. 국내 여론이 들끓으니 세계여론도 주목하게 되고, 이것이 아프간 정부나 미국정부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마지못해 뒤거래를 용인해줄 수는 있을 망정, 이렇게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서, 자국의 외교원칙을 뒤집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최근 미국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는데, 이것이 무능한 노무현 정부의 면피는 될 수 있을지언정, 인질구출에는 오히려 더 큰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초기에 모든 카드를 소진했고, 그뒤부터 아프간 정부와 미국정부만을 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할 어떤 방법도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더 이상의 테러조직과의 협상은 없다고 종결지어버리고, 국내용 언론플레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오히려 능력도 안 되면서, 자꾸 국내여론을 의식해, “청와대가 이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는 대외선전 활동만 치중한다면, 이번 피랍사건의 파국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을 전 세계 테러조직의 먹잇감으로 만들어버릴 공산만 크다. <변희재 / 빅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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