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세론'이 위협받는 핵심적 이유

<칼럼>지금 도마 위에 올라있는 것은 공인으로서의 의식수준

이진우 | 기사입력 2007/11/22 [09:21]

'이명박 대세론'이 위협받는 핵심적 이유

<칼럼>지금 도마 위에 올라있는 것은 공인으로서의 의식수준

이진우 | 입력 : 2007/11/22 [09:21]
김경준씨 귀국 이후 한나라당은 오로지 "김경준-에리카김은 사기꾼 남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30대 초중반의 애송이들한테 수백억원을 사기당했으면 이에 대해 부끄러워 하기 마련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측은 너무도 당당하게 "우리는 사기당한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주가조작 혐의만 벗어날 수 있다면 수백억을 사기당했더라도 괜찮다는 것으로 들린다.
이명박 후보의 재산이 수백억원인데 그 중 본인이 수십억을 사기당했고, 자신의 친형과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가 수백억을 사기당했다면,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의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부인 김윤옥씨  
 
어떤 네티즌논객이 지적했듯이 지금까지 이명박 후보가 걸어온 길은 온통 의문과 복선으로 가득차 있다. 30년간 현대건설에 재직하면서 '성공한 CEO'로 자리매김했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라크에서의 천문학적 미수금으로 인해 회사가 부도났고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현재까지 법정관리 상태에 놓여있는 것에 대해 이 후보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정치인으로서의 길도 그야말로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1992년 민자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그 후 얼마 안되어 재산신고 누락이 발각되어 당에서 징계를 받았고, 1996년에는 선거법위반 및 범인도피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어 1998년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하였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자기자본으로 시작한 비지니스(LKe뱅크)는 김경준과 에리카 김이라는 30대 애송이 남매에게 사기당했다.  

대한민국이야말로 뛰어나고 역동적인 인재로 넘쳐나는 곳인데 왜 이런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안철수, 이재웅 등 이명박 후보와 비슷한 시기에 비지니스를 시작하여 남한테 사기당하는 일 없이 회사를 잘 키워온 '오너 CEO'들도 많은데 왜 굳이 사기당한 사람을 지지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치인들 중 선거법을 위반자가 부지기수라 할지라도 범인도피라는 특이한 실정법 위반 경력을 가진 사람이 나서야 할 만큼 대한민국 정치권이 인재 기근에 시달리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정도만 갖고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사실상 대통령후보로서 결격사유에 해당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명박 후보가 말했던 것처럼 '열심히 일하다 보면 그릇을 깰 수도 있고 손에 상처를 입을 때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은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의 입장에서 공감이 가는 것일 뿐 공인으로서의 자질 문제와는 별개이다. 적어도 대통령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열심히 일하면서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므로써 자신은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손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어야 하며, 가급적 그릇도 깨지 않았어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비록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의혹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동업을 했던 김경준-에리카김 남매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그들의 순간적 욕심으로 인해 5천명이 넘는 개미투자가들이 큰 손실을 입을 때까지 아무런 조치나 노력도 없이 자신만의 안일을 추구하였다면 이것이야말로 공인으로서의 의식과 자질 부족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들어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이유는 이 후보가 큰 지도자에 부합되는 의식수준과 자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 교육문제 때문에 평생에 한 번 정도 위장전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토를 달 수 있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10여차례나 반복되었다면 이것은 소시민들의 평범하고도 선량한 삶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 된다. 또한, 자식들이 안스러워서 부동산관리회사에 취업시켰다는 것에 대해 부정(父情)의 발로로 이해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및 유력 대통령후보로서 활동하고 있는 기간에도 그와같은 상황이 지속되었다면 이것은 일반인들의 이해수준을 벗어나는 것이 된다. 하물며, 딸이 미국 명문음대 재학중이어서 회사에 단 한번도 출근할 수 없었고, 아들 또한 출근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이것은 빌딩을 소유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것이 결국 수만개의 댓글로 네티즌들의 분노가 표출되는 '민란'이 된 것이다.

  결국, 현재 이명박 후보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판의 핵심은 과거 실정법 위반 경력도 아니요, 위장전입과 위장취업도 아니요, 전적으로 이 후보의 공인으로서의 의식수준과 자질이다. 그리고 정확히 그 연장선 상에 'BBK 주가조작' 의혹이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이 김경준-에리카김 남매와 오늘 기자회견을 가진 김경준씨 부인 이보라씨를 둘러싸고 보여주고 있는 언행은 대통령이라는 최고권력을 추구하는 지도자로서의 의식수준과 품격을 벗어나있다.
아무리 자신의 결백이 명백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으로 인해 잘못된 길로 접어든 과거의 동업자 김경준-에리카김 남매와 5,000명이 넘는 개미투자가들에 대해서는 유감이라도 표명하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고백했어야 마땅하다.

  그와같은 큰 지도자로서의 행보가 보이지 않기에 지금 적지않은 유권자들이 이 후보에 대해 의구심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소시민들의 시각은 점차 이 후보 의혹을 둘러싼 '진실게임' 차원을 넘어 공인으로서의 이 후보의 의식수준과 품격을 향하고 있음에도 한나라당과 조중동 보수언론은 이에 대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이명박은 무죄, 김경준-에리카김 남매는 사기꾼'이라는 반복 학습효과를 통한 세뇌와 '진실게임'을 빙자한 여론 물타기에만 여념이 없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씁쓸한 '블랙 코미디'다. TV방송에 나오는 코미디는 짜증나면 채널을 돌리거나 전원을 끌 수라고 있지만 조중동 보수언론의 연출 속에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블랙 코미디'는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보아야한다. 그야말로 4천8백만 국민 모두가 선의의 피해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금요일(16일) 김경준씨가 귀국하였으므로 'BBK' 의혹 논란이 본격화된지도 이제 만 5일이 지나 6일째로 접어들었다. 어쩌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측은 아직까지 'BBK 주가조작'에 이 후보가 직접 연루되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안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BBK 주가조작' 논쟁은 '진실게임'의 차원을 벗어나버렸다. 이제 대통령선거를 한달도 안 남겨두었는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가 수백억을 사기친 30대 애송이 남매와 맞짱뜨기 위해 비상상황실까지 만들어 시시각각 해명과 비난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국민들은 무엇을 느끼게 될까? 아이고...앞으로 12월 19일까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겠구나...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5년 내내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이명박 후보에게는 대단히 아픈 민심의 현주소가 될 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 중 상당수는 이성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되어있다. 아니, 어쩌다가 저런 사람이 대통령후보 1위 지지율을 달리고 있지? 아니, 대한민국에 그렇게 인물이 없단 말인가? 우리 동네 이 아무개도 저 사람보다는 떳떳하고 유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말이다.
그 날이 바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게는 최대의 위기가 될 것이다. 이미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때 60%에 이르렀던 이 후보 지지율이 35%까지 추락했다. 지금과 같은 '블랙 코미디'가 계속된다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 때 가서 과연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뭐라고 말할지 참으로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이야 지지율이라도 높으니까 '정치공작'이네 '네거티브'네 하는 것이 먹히겠지만 그 때 가서도 그런 주장에 국민들이 귀를 기울여줄까?

  지금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각종 의혹으로부터 본인이 자유롭다는 변명과 이를 제기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많은 유권자들이 점점 의구심을 키워나가고 있는 공인으로서의 의식수준과 품격을 어떻게 보여주고 믿게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그 문제에 있어서의 확실한 매듭을 이 후보가 풀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은 계속 쏟아져나올 것이고 그 때마다 여론은 계속 요동칠 수 밖에 없다. 이제야말로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회복되면 어떠한 의혹 공세에도 이 후보는 결코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공인으로서의 의식수준과 품격이 문제시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의혹 제기에도 이 후보에 대한 신뢰와 지지는 요동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민심은 바로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 <이진우 / 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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