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엔 구원자 'The Man'이 없다

[촌평]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 넣는 '지단' 같은 골잡이 없어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6/11/10 [11:25]

범여권엔 구원자 'The Man'이 없다

[촌평]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 넣는 '지단' 같은 골잡이 없어

뉴민주닷컴 | 입력 : 2006/11/10 [11:25]

'The Man', 우리말로 하면 승부사나 해결사쯤으로 번역될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단어 뜻 그대로 번역하기에는 좀 애매한 감이 드는 말이 'The Man'이다.
그렇다면 실제 예를 통해 'The Man'이 무엇인지 '탁'하고 감을 잡아 보기로 하자.스포츠 세계에서 대표적인 'The Man'을 꼽자면 그라운드의 카리스마,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을 들 수 있다.
 
한 골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 시계는 후반 종료를 가리키고, 상대의 반칙으로 마지막 찬스라 할 프리킥을 얻은 상황. 이 때 지단이 골마우스에서 공을 세워놓으며 상대 골문을 노려보고 있다면 운동장의 관중들과 시청자들은 가슴 졸이면서도 뭔가 강렬한 득점의 예감을 갖게 된다. 이런 기대감을 심어주고 실제로 '사고를 쳐주는' 선수가 바로 'The Man'이다.
 
현재의 범여권, 그러니까 민주화 세력에는  대중적  지지, 자금 동원력, 통솔력의 3박자를 갖춘 'The Man'이 존재했다.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는 항상 불리한 선거 여건 속에서도 지지자들에게 승리의 희망을 주었고 실제로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숙원을 이루었다. 그를 지지하건 안하건 이건 사실에 가까운 평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본인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개인기'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DJP연합과 같은 팀플레이를 통해 정국을 주도하는 면모 또한 갖추고 있었다. 축구로 치자면 팀을 하나로 묶는 캡틴 역할과 능수능란한 골잡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 낸 것이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2002년 여당의 총아는 노무현 후보였다. 당시 유력한 대권 후보로 지목되던 이인제 의원은 본선 승리의 가능성도 낮고 민주세력 내에서도 거부감이 큰 주자였다. 오죽했으면 평론가였던 유시민이 "이회창이 되든 이인제가 되든 콜레라와 페스트 사이"라고 했을까?
 
인물난 속에 2002년 거의 정권을 내줄 위기에 처했던 여당이었지만, 노무현이라는 특출한 신진급 후보가 나타나 드라마 같은 과정을 연출하며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게 된다. 실로 고대했던 구세주의 출현이라 할 수 있다. 승부사 노무현은 적어도 당시 선거판에서는 'The Man'으로 불려 마땅했다.
 
그러나 현재 범여권은 심각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 지지율 5%를 넘는 대권주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지율로 치자면 'The Man'은 커녕 고만고만한 벤치워머 수준들이다.
 
정동영, 김근태 등 역대 당의장들은 재보궐 40전 전패의 참담한 성적표 앞에 "에이스가 아니라 패전처리감"이란 평을 듣고 있다. 여성후보감으로 꼽히던 강금실 전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에 패하며 참신함마저 잃었다. 여권에선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과 더불어 "안 되는 판에 좋은 사람 내보내 망가뜨렸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유시민 장관도 거론되지만 사실상 참정연 등 일부 계파에서만 선호하는 인물일 뿐이다.
 
이런 속사정으로 인해 노대통령은 급기야 '외부선장론'을 거론했다. 구단 내부의 선수들이 영 시원치 않으니 용병을 들여와서라도 이겨 보잔 말이다. 그렇다면 정부여당 밖에 누가 있을까? 정운찬, 박원순 등 명망가들이 꼽히고 있긴 하지만 행정경험도 없고 원내정치도 겪어본 바 없는 인물들이기에 현실적 대안이라 하기엔 참으로 부족해 보인다. 야구 해설가가 감독도 잘할거라 믿기엔 너무나 불안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남은 카드는 고건 전 총리 뿐이다. 그런데 고건 전 총리가 과연 민주화세력을 대변할 정체성을 지닌 인물인가? 한창 지지율 좋을 때는 한나라당도 그에게 추파를 던진 적이 있다. 차라리 정체성으로 보면 한나라당 내 개혁파 정도에 어울리는 인물이 고건 전 총리이다. 그의 이력을 봐도, 햇볕정책 등에 대한 최근의 발언을 봐도 범여권의 대표 선수가 되기엔 어울리지 않는다.
 
은퇴한 농구 대통령 허재는 과거 스포츠 웹진 '후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 전력이 상대에 비해 훨씬 떨어져도 내가 있으면 동료들은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털어놨다. 자랑이 아니다. 실제 분위기가 그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동료들의 믿음을 종종 현실화시켰다. 이렇게 대세가 기울어가는 국면을 바꾸고 범여권에 역전승을 안길 인물이 절실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The Man'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범여권에서는  "노무현 후보도 대통령 선거 1년전에는 존재가 없었다."고 자위하고 있다. 또 대표적 친노 인사인 이기명씨는 최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저쪽(한나라당)이 더 못할 것이므로 정권 재창출은 가능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시간을 위안삼거나 혹은 감나무에서 절로 감이 떨어지길 바라는 형국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대권주자들은 누차 경선 승복을 다짐하고 있다. '이인제 효과'가 약발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시간은 범여권의 편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편이 될 것이다. <이슈아이 / 이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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