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우파 사이에 낀 중도파 설 땅 찾아라

高建의 실용주의, 통합이 아닌 기회주의로 몰릴 위험도 상존

정도원 | 기사입력 2006/08/30 [01:04]

좌파 우파 사이에 낀 중도파 설 땅 찾아라

高建의 실용주의, 통합이 아닌 기회주의로 몰릴 위험도 상존

정도원 | 입력 : 2006/08/30 [01:04]
정치권이 우파와 좌파로 극명하게 양분되는 상황에서 고건 전 총리가 좌파와 우파의 중간지대, 중도파를 본격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화제의 영화 ‘괴물’을 감상하고 오랜 만에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한 고 전 총리는 최근 국가적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견해를 밝히면서 양극이 아닌 중간지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기회주의적이고 보신주의적인 처세로 보일 수 있지만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자신의 실용주의적인 중도노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가적 중요 현안에 대해 대화와 타협이 생략되고, 오로지 찬성과 반대로 국민여론이 양분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찬성과 반대라기 보다는 환수연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중기 국방개혁이 마무리된 후 자주 국방력을 갖춘 다음에 환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건부 찬성의사를 조심스럽게 피력했고, 최근 논란이 된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권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 인사권 존중과 국민 여론이 모두 중요한 것으로 양자택일 사안이 아니라는 절충의 필요성을 제시했는가 하면 바람직한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반미(反美)냐 친미(親美)냐 하는 것 보다 국가발전을 위해 미국을 적절하게 이용해 먹는  ‘용미(用美)’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사용해 친미와 반미의 중간지대를 설정했다.
 
자신의 정치적 노선과 관련해서는 “ 기존 정당으로 편 가르기보다는 실사구시적인 중도개혁 노선”이라고 설명하고 “기존 정당을 기준으로 나 보고 이쪽저쪽 중 한쪽에 서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것 역시 기존의 특정 정당에 몸담는 것이 아닌 현재의 정당 구도의 중간지대에서 세력을 규합하는 형태를 지향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작게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중간지대를 의미하고 좀 더 크게는 범여권과 범야권의 중간지대를 선호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 전 총리는 정계개편에 대해서도 “양쪽 극단을 배제하고 정파를 초월해 실사구시적 실용주의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쪽 극단이란 우파의 맨 오른쪽과 좌파의 맨 왼쪽을 배제한 중간지대 즉 중도파를 의미한다. 중간지대를 선호하는 정치노선 때문인지 오는 28일 출범하는 ‘희망한국 국민통합연대’ 역시 정당 같기도 하고 시민단체 단체 같기도 한 중간지대로 활동방향과 위치가 설정돼 있다.
 
이같은 고 전 총리의 행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기회주의적인 처세라고 혹평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절충의 미학’, ‘창조적 실용주의’ 또는 ‘창조적 통합주의’라고 시대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고 전 총리는 그 동안 정치권 일부로부터 정치적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라는 주문을 받아왔다. 지난 7.26재보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조순형 의원으로부터도 “야당인지 여당인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지지하는 건지 반대하는 건지를 먼저 분명히 해야한다”는 양자택일 주문을 공개적으로 받았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선택에는 양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좌우 중간지대인 중도개혁 노선을 ‘창조적 실용주의’라는 것으로 쉽지 않게 설명해오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특정 정당에 몸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 고 전 총리는 여기에 한발 더 나가 자신은 현재의 특정 정당이 아닌 4천7백만 국민과 함께 한다는 것으로 기존 정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정정파의 이해보다는 국민 속으로 다가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대화를 통한 절충과 통합, 중도파 보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라는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길거리의 거센 여론에 내몰리는 일이 더 많다.사회 구성원의 요구가 다양화 되고 있지만 정치현실은 ‘보수냐 진보냐, 우파냐 좌파냐’로 양분되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한미 FTA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는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지지하는냐 반대하느냐, 북한을 적극 도와줘야 하느냐, 지원을 중단해야하느냐, 또는 보수냐 진보냐의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이에 대한 간단명료한 해답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시선이 의외로 많다. 복잡한 설명이 아닌 ‘편 가르기 식’ 입장표명 만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양단의 중간지대를 정치적 노선으로 설정하고 통합과 절충의 깃발을 세우려는 고건 전 총리의 어려운 정치실험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쳐 줄까? 중도파의 영역은 좌우를 조금씩 포용할 수도 있고, 오히려  좌우로 부터 포용과 배척을 당 할 수도 있기에 그 만큼 어려운 것이다.
 
“친미냐 반미냐,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이분법적인 간단한 양자택일을 강요받으면서 제 3의 절충과 통합이라는 표현 보다는 기회주의라는 부정적 표현이 덫 씌워질 수도 있는 우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닌 고건의 중도적(파) 실용주의가 설 땅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한미FTA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로 우리 사회가 단순하게 친미세력과 반미세력으로 급격하게 양분되어버리는 와중에 친미와 반미 중간의 ‘용미’세력이 설 땅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용미는 단순한 친미와 반미 보다는 한번 더 생각해야 하는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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