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통합대상은 범여권 반대세력이다

<채수경 칼럼> ‘대동령’ 아닌 ‘대통령’ 뽑으려면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7/06/01 [11:14]

범여권의 통합대상은 범여권 반대세력이다

<채수경 칼럼> ‘대동령’ 아닌 ‘대통령’ 뽑으려면

뉴민주닷컴 | 입력 : 2007/06/01 [11:14]
통(統)자 한 글자만 제대로 깨우쳐도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을 만하다. 가는 실 사(?)에 가득할 충(充)을 붙인 거느릴 ‘統’은 본래 가는 실 여러 가닥을 한 줄기로 모아놓는 것, ‘充’은 기를 육(育)의 아랫부분 고기 육(肉)을 떼고 대신 사람 인(人)을 붙여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충만해가는 모습”을 그린 것, 정치의 요체는 가느다란 각각의 냇물들이 합쳐져 하나의 큰 강을 이뤄 유유히 흐르듯 각양각색의 의견들을 하나로 모아 관철시키는 ‘統’에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그걸 좀 더 명료하게 설명하기 위해 ‘통’자 뒤에 ‘합’(合)자를 붙이기도 한다. 합할 합(合)은 단지 따위의 뚜껑(人)과 단지 주둥아리(口)를 그린 것으로서, ‘딱 들어맞다’라는 의미로 쓰이다가 ‘하나가 되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게 됐던 바, ‘統合’은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딱 들어맞게 하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大統領)이라는 말 또한 “견해나 이익이 다른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큰 영도자”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통합되면 같아진다? 아니다. 합(合)해도 동(同)은 아니다. ‘同’은 본디 입 구(口)자 두 개가 붙어 변화한 것으로서 ‘같은 말을 하다’라는 의미, 견해나 이익이 같은 사람들끼리는 다투고 말 것도 없으므로 통합 운운할 필요조차 없다.
통합을 뜻하는 영어 ‘integration’도 서로 다른 것들을 모아 새로운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integrate’의 뿌리는 ‘새롭게 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integrare’,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통합된 전체의 새로운 관점을 말하는 것이지 기존의 같음을 모으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unite’와도 구별된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코드가 같은 사람들만을 대표하는 영도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동령’이라고 하는 게 옳다.

  훈수 정치로 왕년의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이해찬 전 총리 예방을 받고 “역대 대선에서는 후보가 먼저 부각되고 후보 중심으로 연합이나 통합이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정당이 중심이 돼 대통합 정당을 만들고 거기서 후보를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고 또 훈수를 했다.
바다 건너의 국외자 처지에 김 전 대통령의 그 같은 훈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따지고 싶지 않지만 통합의 통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로만 통합을 운운하고 있는 것 같아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하나가 되는 ‘대동합’을 ‘대통합’이라고 우겨 어안이 벙벙하고, 견해와 이익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다름을 어떻게 조정하여 통합을 이룰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견해와 이익만 내세우고 있음에 새우젓 단지 위에 간장독 뚜껑 얹어놓은 것처럼 영 어울리지 않거니와, 국민 통합을 지향하지 않고 대선 승리를 위한 세력의 연합에만 열 올려 눈이 저절로 흘겨진다.

 
국민은 ‘대동령’이 아닌 ‘대통령’을 원한다. 범여권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여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정파를 초월하여 국민들의 서로 다른 견해나 이익을 통합하는 비전과 철학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범여권의 진정한 통합대상은 범여권이 아니라 범여권에 반대하는 세력이라는 말이다.
국민을 통합하지 못하는 ‘대동령’이 또 다시 나타나 허구한 날 반대편 사람들과 싸움박질이나 해대는 꼴을 보는 건 정말 싫다.  <채수경 / 재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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