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J칼럼] 4월 혁명 이후 반세기

이인제 국회의원 | 기사입력 2011/04/15 [10:17]

[IJ칼럼] 4월 혁명 이후 반세기

이인제 국회의원 | 입력 : 2011/04/15 [10:17]
동트는 광장 (31)

4월 혁명 이후 반세기 

4월 혁명의 불꽃이 폭발한지 반세기, 정확하게 51년이 지났다. 먼저 오늘 시점에서 그 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해방공간 냉전의 폭풍속에서 나라 만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라의 정체성으로 내세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는 전근대에 머물러 있던 국민의식에 쉽게 흡착되지 않았다. 남과 북의 공산주의세력은 건국(建國)을 막고 한반도 적화(赤化)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승만은 미국에서 공부하며 서구민주주의 세례를 받았고, 전후 형성된 국제적 냉전의 실체를 꿰뚫고 있었다. 그는 탁월한 외교역량을 발휘해 유엔의 승인을 얻어 대한민국을 세우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나라를 세우자마자 북한을 앞세운 국제공산주의 세력의 침략에 직면하게 된다.  

 유엔의 참전으로 나라를 지켜냈지만, 대한민국을 허물려는 안팎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까지 우리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적지 않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 시대의 도전이 얼마나 치열했을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환경이 이승만 정권을 치명적인 독재의 길로 이끌었다. 압제는 반드시 반동을 부른다. 교육을 통해 민주주의 가치를 신봉하게 된 젊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1960년 4월 마침내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혁명이 일어났다.  유혈사태가 있었지만 이승만이 민의를 존중하고 일찍 하야(下野)하는 바람에 큰 피를 흘리지는 않았다. 

 4월 혁명 후 세워진 장면정권은 분출된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고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는데 실패하였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 것이 박정희 군사정권이다. 돌이켜 보면 민주주의는 열정만으로 뿌리를 내릴 수 없고, 이를 지탱해줄 사회경제적 기반, 즉 중산층이 필요했던 것이다. 4월 혁명 당시 우리는 가난한 농업사회였기 때문에 그러한 중산층은 부재했다.      

 이렇게 4월 혁명의 불꽃은 꺼지고 문민독재 대신 군사독재가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러나 박정희는 다른 저개발국 독재자와 달리 탁월한 전략과 강인한 의지로 산업화를 추진한다. 이 산업화전략은 세계인이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놀라운 성공을 이루게 된다.  박정희 사후(死後) 일시 전두환 신군부체제가 등장했지만, 산업화로 형성된 중산층을 기반으로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마침내 민주주의 가치는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노태우 대통령 이후 4명의 대통령이 질서 있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았고, 정권교체도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오늘날 국민들 가운데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린 민주주의를 부정할 수 있는 정치적 반동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60년 4월 혁명이 오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4월 혁명의 선구자들에게 머리를 숙인다.  그 치열한 열정과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이렇게 수준 높은 민주주의 가치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 그 혁명의 씨앗이 열매를 맺기까지 긴 고통의 시간이 있었지만, 씨앗을 뿌리지 않았다면 아무리 긴 시간도 무의미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4월 혁명의 진정한 완성은 통일이다. 북한 주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며 마땅히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북한 당국이 개방과 개혁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평화적 통일을 통해 이 목표에 이를 것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우리의 기대와는 반대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 

 역사의 주체는 언제나 국민이다. 신정(神政)체제로 끝이 보이지 않던 아랍세계의 독재정권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국민의 저항 에너지가 압제를 몰아내는 역동적 과정이 마치 반세기 전 4월 혁명을 방불케 한다. 어떤 체제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진화하지 않으면 그 시기와 과정을 모를 뿐 붕괴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은 역사의 법칙이다. 

 북한의 주인은 바로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들이다. 4월 혁명은 압제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들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가슴에 용기와 열정이 끓어오르는 날, 4월 혁명은 비로소 위대한 완성을 이루게 된다. 이것이 반세기를 되돌아보며 통일의 미래를 응시하는 까닭이다.


                                          2011.     4.     12 
 
                                             이     인     제        
▲ 이인제 국회의원     © 뉴민주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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