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가족복지연구소 오서진 대표 칼럼>
광복절 연휴를 맞아 오랫만에 친구들과 종로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어느 할아버지는 노숙인처럼 길가에 털석 주저 앉아 오가는 행인들을 멍한 눈길로 바라보았고, 일부는 떼를 지어 앉아 연세든 아주머니들과 대화를 하고 계셨다. 근처 파고다공원에 계셔야 할 어르신들이 더위도 피할겸 비도 피할겸 몰려든 종로3가 지하철역의 풍경..... 친구들을 기다리며 마냥 서있기가 뭐해서 서울극장에 올라가서 블라인드 영화티켓을 예매하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내려왔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그쳐서인지 삼삼오오 모여있던 사람들이 뿔뿔히 흩어져 버렸다. 홀로 지하상가 바닥에 계속 앉아 계시는 어느 할머니께 말을 걸어봤다. " 할머니, 오늘 여기서 어르신들 무슨 행사 있으셨어요? " " 아녀! 연휴라서 집에 있음 며느리 눈치보이고 자식들이 싫어하니까 오갈데 없어 여기 모여서들 있는겨~ " " 저기에 조금 젊은 아주머니들은 뭐하시는 분이세요? " " 저 여편네들은 노인들에게 몸파는거지 뭐~ " 할머니가 손 끝으로 가리키는 무리중에 한 여성은 눈에 띌만큼 바쁘고 날렵하게 남성 노인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그들을 한참 지켜보다가 근처 국일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인들 가운데 그나마 경제적 형편이 좋은 분들은 번듯한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가며 거나하게 낮술을 들고 계셨다. 국일관내 콜라텍을 드나드는 노인들의 옷차림을 훑어봤다. 깔끔하고 부티나는 부류도 있었고 남루한 옷차림을 한 부류도 있었는데, 그들의 옷차림을 통해 경제상황을 예측할수 있었다. 지하에 노숙자처럼 쪼그려 앉은 노인들에 비하면, 지상에서 식당과 콜라텍을 오가는 이들은 복장뿐만 아니라 얼굴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현저하게 달라보였다. 약속한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난 후, 종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종로 3가 근처에서 어느 커피숍을 들어갔더니 실내가 온통 담배연기로 가득했다. 길에서 본 커피숍의 외향은 세련됐었는데, 커피숍엔 노인들과 매케한 담배연기만 가득했다. 빈자리도 없고 담배연기에 숨을 쉴 수가 없는 지경이라서 커피숍을 돌아 나왔다. 다시 나와 종각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전 양극화 문화가 공존하고 있었다. 도로 반대편에서는 젊은이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무언지 모르게 끓어오르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50 대를 막 접어든 필자와 친구들은 노년의 문화보다는 젊음의 문화를 선호하며 도로를 건너 시끌벅적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어쩌면 우리자신부터 늙어가는 현상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세대간의 문화 충돌과 표류하는 세대들! 과거 국가적 위기로 인하여 고통속에 살아왔던 세대들이 광복의 기쁨을 자축하고 신세대들로 부터 축하받아야 할 경축일 광복절에, 휴일이라는 이유로, 가족들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거리로 내몰린채 표류하고 있었다. 노인들의 성문제도 언론에서 몇번 다뤘던 문제이지만, 현장에서 느끼고 본 노인들의 성문제는 그리 단순하지도 작지도 않아 보였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문제들 가운데 진지하게 고심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인들의 성문제를 건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유교적인 사고방식에 갇혀있는 노인들은 재혼이나 연인 선택에 있어서도 소극적일뿐 아니라 주변의 눈길과 체면, 자녀들의 눈치 등을 두려워하며 혼자 속앓이를 한다. <저작권자 ⓒ 뉴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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