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보다 일선의 병사들 인식이 더 중요하다

<의정칼럼> "전시작전통제권 논쟁"의 본질

이승희 의원/민주당 | 기사입력 2006/09/01 [16:10]

시스템보다 일선의 병사들 인식이 더 중요하다

<의정칼럼> "전시작전통제권 논쟁"의 본질

이승희 의원/민주당 | 입력 : 2006/09/01 [16:10]
"전시작전통제권 논쟁"의 본질


우리 군 현대화 작업은 1968년부터 '자주국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추진되어왔다. 그러나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이 새로운 가치인 것처럼 현 정권에 의해 내걸리면서 작전통제권 환수 논쟁이 시작되어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국론이 극도로 분열되며 국가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자주국방을 위해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대통령과 여당의 주장은 한미동맹은 흔들림이 없으며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도 마찬가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지면서 안보위험이 부정된다.

이와 정반대로 다른 한편에서는 전시작통권 단독행사는 대단히 위험한 주장으로서 한미동맹의 약화는 물론 천문학적인 경제적 부담과 더불어 심각한 안보위험을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무엇이 옳은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문제점을 간단히 지적하고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먼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북한군의 전력에 대한 평가는 과연 적정한지 여부를 보자.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적 용어를 배제하고 남한과 북한의 군사력을 비교해 보자.

남한은 인구가 4800만이 넘고 북한은 우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00만 정도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장정은 만 18세부터 40세까지 22년 동안 국토방위에 필요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북한에 대비해 적용하면 북한은 남한 인구의 절반에 못 미치므로 적어도 44년 정도의 기간을 군에 관련된 의무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군인으로 싸울 수 있는 연령을 15세부터로 본다고 해도 북한의 장정은 환갑이 될 때까지 징집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설령 가능하다 인정해도 제대로 된 군사력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두 번째, 'Total War'라는 개념의 현대전(現代戰)에서 군사력은 경제력에 비례한다. 남한은 북한에 비해 GDP 상으로 최소 30배 이상의 경제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직접 방위비에 투입되는 비용을 비교해도 북한은 남한의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군사력을 확대 해석하는 사람들은 북한군이 가지고 있는 화학무기, 장사정포, 여기에 10여만 명의 특수부대등 많은 전문적 용어를 나열하지만 이는 본질적 요소가 아니며 한국군도 그에 못지않은 기동성과 파괴적 수단을 갖고 있다.

결론적으로, 남한이 북한에 비해서 군사력이 열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만약 사실 이라면 대통령 이하 모든 군 지휘선상에 있는 사람들이 극도로 무능하거나 직무를 해태하고 있다고 자인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북한의 군사력은 남한보다 상위에 있지 않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군사력의 질이나 양에서 열세라고 해도 그 군사력이 테러적 공격수단을 통해 활용되면 미국의 9.11 테러에서처럼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을 절대 간과해선 안된다.

더욱이 북한이 공공연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이성적 공격을 전세계를 향해 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군사력은 남한에게 충분히 치명적 위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에게 공격적 군사력은 그 규모와 관계없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도한 테러행위에서 보듯이 군사력을 민간인을 향해 공격적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세균 등 화학무기, 핵무기 등이 무기의 질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그 사회를 심각하게 궤멸시킬 수 있다.

또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세계는 민간인을 상대로 한 물리적 강제력 사용을 가장 무도한 범죄행위로 보고 있으며 그러한 행위를 하는 집단은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적어도 북한에서 발표한 공식 성명만을 해석해도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다.

이러한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북한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바보거나 의도를 은폐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또 하나의 논쟁은 전시작전권 단독행사시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느냐는 기술적인 문제이다.

군사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대부분이 놓치고 있지만, 군사적 통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적인 요소에 있지 않고 군 지휘관의 도덕성에 있다.

총알이 귓전에 스쳐가는 상황에서 법이나 제도는 크게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에서나 상식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군대가 작전을 수행하는 가장 기본전제는 군인의 자기희생이다.

때문에 일선에선 병사들에게 자기희생의 근거가 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이해하도록 하여야 하며, 대통령부터 일선 지휘관까지 사심 없이 국가의 안위를 염려하는 도덕성을 갖추고 있어야 된다.

이는 본인이 스스로 자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도덕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아야 된다는 뜻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 군대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나는 묻고 싶다. 단독전시작전통제권을 자임(自任)하겠다고 하는 대통령 이하 지휘부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일선병사에게 자기희생을 요구할 수 있을 만큼의 도덕성이 있는가? 또 군 인사에서 형평성의 원칙은 지켰는가? 또 국방의 업무에 종사하면서 사적 이익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공인으로서의 자세를 지켰는가?

이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으면 적어도 그 사람들만큼은 국민주권이나 자주국방 운운하며 국민의 생존과 너무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객관적 도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시스템이나 장비 등의 문제는매우 지엽적인 문제로 남게 된다.

앞으로 격화되리라 예상되는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에 관련된 많은 논쟁들은 앞에서 본인이 지적했듯 일선의 병사들에게, 국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춘 지휘부가 있는 가를 먼저 검증한 다음 하는 것이 옳다.

월남과 비교 되지 않는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미국이 월남전에서 실패하고 또 이라크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선에선 미군병사들이 "내가 왜 이 전장(戰場)에 왜 서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지 못해서 임에 분명하다. 역사의 뼈저린 교훈은 전쟁은 논쟁으로 이길 수 있는 괴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군사력의 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고 대별된 목적에 따라 기능하는 법칙이 다르다. 우리의 현실이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하나는 공격적 수단으로서의 군사력이며 이는 전리품으로 상징되는 국가이익의 영역이다. 이익에 따라 이익을위해 효과적으로 기능한다.a 이러한 방식의 군사력 운용은 연합국사령부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던 2차 대전 당시의 유럽 전장(戰場)에서 발견 할 수 있다. 연합군사령관으로 영국장교인 몽고메리가 지휘통제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패튼의 전차군단이 상징 하듯이 미군은 종전 후의 유럽 정치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연합사의 통제에 따르지 않았다.

두 번째, 군사력이 방어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다. 바로 한반도에서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말한다.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군사력일 경우 작전통제권을 누가 갖느냐는 이니셔티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게 된다.

또한 군인이 이익이라는 전리품이 없을 때 무엇이 그들을 사선에 서게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바로 당위이다. 자기가 보호해야 될 가족의 안전이나 또 자기가 지켜야 될 이념, 가치 등이 명확할 때 일선의 병사들은 기꺼이 사선에 서게 된다.

여기에 그들에게 명령하는 지휘부가 자기를 사선에 세울만한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그들을 사선에 서게 한다.

과연 우리 현실이 그러한가? 이 문제를 먼저 논의 하고 효율적 한미동맹체계나 세금문제 등의 기술적 영역을 논의 해야 한다.

우리가 작전권 단독행사 후에 예견되는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이상한 시스템이나 운용 등을 대통령 이하 제안 하고 있지만, 미국에게 있어서 한국은 지켜야 할 당위가 아니라 공격적 군사력의 이익이라는 관점으로 전환된다면 지금 설정 하고 있는 모든 시도들은 부질없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과거가 증명하고 현실의 엄격한 논리가 이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2006. 9. 1
민주당 국회의원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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