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경찰서장은 왜 보호받지 못 했나

경찰방송차량 경찰물대포는 멀쩡한데 왜 경찰서장만 깨져야 한단 말인가

박찬남 기자 | 기사입력 2011/11/29 [06:51]

종로경찰서장은 왜 보호받지 못 했나

경찰방송차량 경찰물대포는 멀쩡한데 왜 경찰서장만 깨져야 한단 말인가

박찬남 기자 | 입력 : 2011/11/29 [06:51]

26일 FTA반대집회가 열리기로 돼 있는 광화문 일대는 온통 전경버스와 경찰들로 덮였다. 경찰은 미리 광화문광장으로 접근하는 모든 통로를 경찰버스와 경력으로 차단해 버렸다.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다 KT 앞에서 전경들 어깨 너머로 바라본 광장은 텅하니 비어있고 건너편 전경버스 너머에서 힘겹게 새어나오는 스피커 소리를 듣고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이 집회가 열리는 곳임을 알았다.


▲광화문역 9번출구, 이곳으로 나가면 바로 광화문광장이다. 하지만 경찰의 원천봉쇄로 다시 지하로 내려가서 또 우왕좌왕해야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반대쪽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며 저들도 실망하고 다시 돌아서 내려오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경찰이 저렇게 막으면 정권에 대한 반감만 커질 텐데...


▲경찰의 원천봉쇄에 밀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자리를 정했나보다. 가는 곳마다 경찰이 막고 있어서 힘겹게 찾아왔다. 산 넘고 물 건너에 있는 곳도 아닌데 뺑뺑돌아서 도착했다.  정당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벌써 도착해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정동영 심상정 김진애)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나오는 광화문 7번출구도 경찰이 봉쇄했다. 일대가 바둑알을 뿌린 듯하다.


▲광화문역 7번출구로 나오려던 시민들이 경찰에 막혔다. 이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렇게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오후7시 50분 행사를 마치고 해산하는 시민들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을 지나고 있다.


▲해산하는 시민들이 시청 앞을 지나고 있다. 이때가 20시 10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행사를 마치고 해산하던 시민들이 다시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이동하던 경찰방송차량이 시민들에 막혀 멈췄다. 전체를 잘 찍고 싶었지만 눈치 보며 찍느라 이 정도 ...


▲경찰 물대포도 진행을 멈췄다. 경찰은 방송차량과 물대포를 세워두고 잠시 피했다. 3년 전 광우병으로 점화된 촛불집회 때도 경찰물대포 등이 시위대에 에워싸여 진행을 멈췄던 적이 있다. 이때는 흥분한 시위대에 의해 차량이 크게 파손됐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시민들은 파손은 안 된다며 경고하고 감시하고 서로 자제했다. 무질서한 것처럼 보였지만 질서가 유지되고 있었다.


▲사복경찰로 보이는 남성이 물대포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방송차량이 준비됐다. 김선동 의원이 모여든 시민들의 손을 잡아주는 뒤로 조승수 정동영 의원 모습이 보인다.
 

▲첫번째로 정동영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연설이 시작되자 잠시 뒤 교보문고 방향에서 군중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조현오 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기자들이 카메라후레쉬를 터트리며 함께 움직였다. 군중과 기자들이 뒤섞인 무리들 가운데 희긋하게 경찰정복이 보였다. 그 무리가 집회에 참가한 군중들 가운데로 밀고 들어오면서 집회가 아수라장이 됐다. 군중들은 조현오 청장으로 알고 흥분한 상태로 더 몰려들었다. 어렵게 군중들 사이를 빠져나간 종로서장 일행은 반대편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서 사라졌다.


▲서장 일행이 사라지자 전경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압이 시작된 것이다. 먼저 교보문고 쪽에 집결해 있던 경력이 길을 건너 방송차량과 물대포가 멈춰있는 쪽으로 밀고 왔다. 그리고 조금 전 종로경찰서장이 밀고 들어왔던 쪽을 에워싸고 간격을 좁혀갔다. 곧바로 반대쪽 경력도 이동을 해서 시민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
집회에서 군중과 경찰과의 사이에 분위기가 늘 살벌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로 인사도 나누고 걱정도 해 준다.

이날은 경찰방송차량과 물대포가 군중속에 속수무책으로 멈춰 선 상태였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 경찰이 차량과 물대포를 계속 움직이려 했거나 어떤 액션을 취하려 했다면 군중을 흥분시켜 큰 불상사로 이어졌을 것이다. 다행히 경찰은 차량과 물대포에서 내려 피해주었고, 군중은 차량과 물대포를 멈추게 했지만 유리창 한장 깨지 않았다. 타이어 하나 터지지 않았다.

혹시라도 누군가에 의해 파손될까 보호하기까지 했다. 다음 정권이 뉴또라이 진압할 때 써야 하니까 파손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차량과 물대포에서 내린 경찰은 이 상황에서는 군중을 흥분시키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잠시 피했을 것이다.

이러한데 종로경찰서장은 스스로 군중들 한 가운데 들어와서 쪽팔리게 매를 맞았단다. 사실이더라도 이런 쪽팔리는 경우는 대부분 쉬쉬하는데 서장은 그 반대였다.

사실이라면,
경찰방송차량·경찰물대포는 보호 받으며 멀쩡한데 왜 경찰서장만 깨졌는가!
왜 경찰서장만 보호받지 못하고 얻어 터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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