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동영, 후보 지위조차 흔들흔들

민주당 합당 실패 이후, 문국현 측의 공격에 속수무책

박민철/정치평론가 | 기사입력 2007/11/21 [15:28]

위기의 정동영, 후보 지위조차 흔들흔들

민주당 합당 실패 이후, 문국현 측의 공격에 속수무책

박민철/정치평론가 | 입력 : 2007/11/21 [15:28]
 
  민주당과의 합당약속 파기로 리더쉽에 타격을 받고 있는 정동영 후보 ⓒ 뉴시스
정동영 후보가 위기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정후보 측은 애초에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민주당과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차례로 해나가겟다는 전략을 세웠다. 민주당과의 합당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일은 순조롭게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당내부에 있었다. 친노파, 시민사회파, 손학규파, 민주당파 등 각양각색의 계보로 구성된 신당 내에서, 민주당과의 합당은 반대의 벽에 부딪혔다. 후보와 당대표가 사인한 합의문이 당 내에서 추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정후보가 “장수를 끌어내리면 전쟁에서 패배한다”며 배수진을 쳤음에도, 신당 내 계파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가 “이제 신당과 협상하라면, 후보나 당대표가 아니라 각 계파의 수장들 모두 나와야 한다”며 비아냥 댈 정도이다.

민주당과의 합당 실패는 단순히, 세력 통합이 좌절된 문제가 아니다. 정동영 후보 개인의 리더십과 신뢰성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왔다. 정후보가 연일 문국현 후보와 민노당에 연합 제의를 하지만, 말의 무게를 상실했다. 후보가 공식적으로 서명한 합의문을 지키지 못하는 수준의 리더십으로 어떻게 타 정치세력과의 연합을 성공시킬 수 있겠냐는 말이다.

정후보의 이러한 약점을 치고들온 쪽은 문국현 후보이다. 후보단일화를 거부할 듯한 입장을 취하다가, 느닷없이 후보단일화의 조건으로 정동영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를 논의할 공개토론도 제안했다. 공개토론장에서 정후보의 자격미달과 후보사퇴를 집중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제안조차 정후보 측에서는 받아들이겠다는 자세이다. 그 만큼 급하다는 말이다.

민주당은 사실 상 이인제 독자후보로 대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중도개혁세력의 정권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제 1 공격 타겟은 신당과 정동영 후보이다. 어차피 호남과 충청이라는 지지층이 겹친다. 민주당과 이인제 후보 측은 정동영의 지지표를 뺏어와야지만, 극적인 역전승을 노려볼 수 있다.

문국현 후보 측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후보가 여권의 대표주자로 나서며, 언론 지원의 기득권을 누리고 있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다. 문후보로서는 정후보 정도의 지원만 뒷받침 되면 얼마든지 보수후보를 이길 수 있다 자신한다. “정동영만 사퇴하면 대선은 승리할 수 있다”라는 말은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신당 내 상황도 녹록치 않다. 정후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 경선 당시 반 정동영 전선을 폈던, 이해찬, 손학규계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차피 정동영 간판으론 대선을 이길 수 없다면, 총선 준비나 하자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민주당과의 합당에 결사 반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동영 측에서도 이제 한계에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신당내 반발세력 탓에 불발되고, 문국현 후보로부터 사퇴압력까지 받는 상황에서, 정동영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캠프 일각에서는 “후보 사퇴 카드”까지 꺼내자는 말들이 나돈다. 이대로 대선에서 참패했다간, 범여권 패배의 책임을 정동영 혼자 뒤집어 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노대통령과의 관계설정도 전혀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후보 측에서는 지지율 정체가 노대통령의 국정실패를 모두 떠안고 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정후보는 “내가 집권하면 노무현 정권 연장이 아니다”라며, 차별화를 꿰하지만, 여전히 정동영이야말로 노정권의 황태자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더 강력한 차별화 전략을 쓰다간, 당내의 친노세력의 반발로 대오가 무너질 판이다. 정후보 측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동영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노임 폄훼 발언으로 결국 당의장을 사퇴했다. 그리고 지난 지자체 선거 때도,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측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강하게 받았다. 결국 지자체 선거 참패 이후 사퇴하며, 오랜 동안 잠행을 하기도 했다.

이런 정후보의 지난 행보를 보면, 대선후보 등록 이후에도, 지지율 정체와 세력 통합 및 당내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면, 전격적인 사퇴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대선 참패의 책임에서 벗어나 총선에서 계파 영향력을 지키자는 전략이다.

이러한 정동영의 행보에는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문국현 후보 측이 얼마나 빠른 시일에 정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된 정후보의 지지율에 근접하게 된다면, 신당 내에서 정후보의 리더십은 더욱 크게 흔들리며, 후보의 지위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총선과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에서도 과연 정후보가 완주를 할지, 중도하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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