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의 전략은 노무현과 이명박 구속

<공희준 칼럼> 국민들에 쌓인 울분을 해소시켜줄 수 있어야

공희준 | 기사입력 2007/11/26 [09:06]

이회창의 전략은 노무현과 이명박 구속

<공희준 칼럼> 국민들에 쌓인 울분을 해소시켜줄 수 있어야

공희준 | 입력 : 2007/11/26 [09:06]
 
  ⓒ 올 대선의 최대 변수로 등장한 이회창 후보  / 뉴시스
노무현 정권의 치부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삼성그룹 비자금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에 공공연히 훼방을 놓을 정도로 정권의 양심과 도덕성은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위장취업이고, BBK고, 도곡동 땅이고 헛심만 쓰는 거다. 전부 부질없는 노릇이다. 노무현을 업고 뛰는 정동영과, 노빠의 방주 역할을 수행하는 문국현이 이명박을 겨냥해 아무리 목청을 높여봤자 전혀 약발이 통하지 않는 탓이다.

새로운 차원의 매국노가 출현했다. 외세에 나라를 팔아먹는 고전적 개념의 매국노(賣國奴)에 뒤이어 특정재벌한테 국가권력을 통째로 넘기는 매국노(賣國盧)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동영은 대선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했다. 문국현의 홈페이지에서는 영남친노들이 올린 글들이 엄청난 추천수를 기록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후보 단일화만 성사되면 뭔가 희망이 생긴다며 국민을 기망하려는 종자들이 여전히 출몰하고 있다. 신이시여, ‘의제27’이라는 노란 머리띠를 두르고 단일화만이 살길이라 외치는 스물일곱 명의 길 잃은 어린양들을 부디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서 버릴 건 버리고 살린 건 살리는 지혜를 발휘하자. 삼성특검법마저 통과시키지 못하는 범여권은 정치권에서 깨끗이 퇴출돼야 마땅하다. 만의 하나 범여권이 오매불망 소망하는 한 방이 극적으로 터져서 2기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게 된다면 우리는 5년 후에 현재와는 비교가 안 될 지경으로 끔찍한 환멸과 비참한 절망감을 맛볼 것이 명확하다.

망하는 것도 기술이다. 유도를 비롯한 여러 무술들에서는 공격기술에 앞서 낙법부터 배운다고 한다. 지금의 한국정치에 필요한 덕목이 바로 낙법이다. 비록 힘이 부쳐 쓰러질지라도 커다란 충격을 받지 않고 훌훌 털고 일어나 수구기득권세력과 다시금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일 질서정연한 퇴각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들 대통령 선거전에서 일제히 손을 떼고 투표일에 에버랜드로 놀러가야만 하는 걸까? 이건희-이재용 부자세습체제를 구축하는 베이스캠프 구실을 했던 그곳으로.

당연히 아니지! 패배는 감수할지언정 패배주의에 물들지는 말아야 옳다. 패배주의 없는 패배는 미래의 승리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패배다. 국민원로는 입장을 정리했다. 거악으로 최악을 물리치기로. 내 개인의 거취에 변동이 있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 다만 최악보다는 거악이 나라와 국민에게 그나마 덜 해롭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의사타진이다.

뜸을 너무 오랫동안 들인 듯하다. 이제 밥을 푸도록 하겠다. 이명박을 이길 후보는 까놓고 얘기해 이회창밖에 없다. 박(博)을 뚫을 인물은 오직 창(昌)뿐인 셈이다.

이회창은 정책과 실적을 무기로 출사표를 던진 경우가 아니다. 그가 믿는 건 오로지 정서다. 17대 대통령 선거가 전무후무한 정서 중심의 선거가 되리란 사실을 알아채고서 대권 3수를 결심했다. 대중이 분출하는 다양한 정서들의 엑기스는 반노정서다. 김경준 패밀리의 연이은 폭로로 말미암아 反이명박 정서 또한 거의 민란 수준에 이르렀다.

전체 유권자의 25프로는 때려죽여도 노무현이 구속되기를 바란다. 또 다른 25퍼센트는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있더라도 이명박을 감옥으로 보내고 싶어한다. 노명박에게 콩밥을 먹이기 원하는 유권자의 비율을 단순 합산하면 총 유권자의 절반에 해당한다.

노무현의 구치소행을 기도하는 사람들과 이명박의 사법처리를 염원하는 이들은 때로는 중복되기도, 때로는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선거전략은 조야한 형태의 산술적 계산에서 출발한다. 이회창의 상승세가 꺾인 결정적 원인은 정계복귀를 발표할 당시, 그의 눈매에서 느껴졌던 살기가 많이 무뎌진 데 있다. 昌의 눈빛은 노무현을 반드시 감방에 집어넣고야 말겠다는 결의와 복수심으로 활활 불타고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그는 이명박을 제치고 반노의 대표선수로 단박에 부상했다.

이회창은 정계복귀 선언을 재방송한다는 기분으로 당당하게 공약해야 한다. 제가 대통령에 뽑히면 노무현과 이명박에게 죗값에 상응하는 법률적 책임을 지우겠다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약속은 못하겠지만, 국민들 가슴에 쌓인 울분과 체증만큼은 시원하게 해소시킬 자신이 있다고.

한국사회를 괴롭히는 가치관의 혼란과 윤리적 타락상은 자기의 과오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그릇된 풍토와 의식에 기인한다. 대한민국의 진보개혁진영을 말아먹은 노무현이 퇴임한 다음 아방궁 같이 지어진 봉하마을의 노무현 타운에서 호의호식하고, 이명박이 대통령 당선을 핑계로 과거에 저지른 잘못들에 면죄부를 부여받는 일이야말로 나라가 망할 징조다. 백제가 멸망하기 직전에 발생했던 괴변들을 기록한 삼국유사의 일부분을 인용하는 걸로 결론을 갈음하겠다.

“기미년(659년) 2월에 여우 여러 마리가 궁궐에 침입했다. 흰 여우 한 마리는 좌평의 책상에 올라앉았다. 9월에는 홰나무가 사람이 우는 것처럼 울었다. 경신년(660) 2월엔 사비성의 우물이 핏빛으로 변했고, 4월에는 개구리 수만 마리가 나무 위로 모여들었다. 6월에는 귀신이 궁중에 들어와 부르짖었다. 백제는 망한다, 백제는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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