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민주당 의원들의 회의실 출입을 사전차단하고 자기들끼리만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법안을 해당 상임위에 상정한 것이 그것이다. 새해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여세를 몰아 중차대한 FTA법안 상정도 겁없이 밀어부친 것이다. 대단한 용기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1주년 축하파티의 술잔을 높이들기 위해 복잡한 사안을 12월 19일 이전까지 모두 정리해 버리기로 마음 단단히 먹고 밀어부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질서유지권을 남용해 상임위 개회 이전 부터 야당의원의 출입을 원천봉쇄해버린 것에 대해 민주당이 아닌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봐도 '잘못된 것'이라하니 당시 상정된 법안이 원천무효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 문제는 다시 법원으로 공이 넘어갈 듯 하기 때문에 더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한국의 언론들이 '국회는 전쟁터''난장판 국회'라고 기록했던 12월 18일 '한나라당에 의한 민주당 의원 국회 회의실 출입 원천 봉쇄사건'을 보는 또 다른 시각에 대한 것이다. 결론은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로 부터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도는 상대할 깜이 안된다는 인식을 한나라당 쪽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언제든지 민주당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볼때 민주당은 묶어놓고 권투하는 상대정도로 취급받고 있다. 축구로 말하면 민주당엔 골키퍼가 없는 상대정도로. 한나라당 사람들은 1년전 530만표 차이로 한나라당 후보인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된 그 수치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사분오열된 현재의 민주당 내부를 너무나 훤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구심점이 전혀 없는 민주당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로면 민주당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이번 국회 회의실 출입문 봉쇄사건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회의실에 조차 들어가지 못한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볼때 참으로 챙피한 수치사건이다. 한나라당이 편법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큰 소리치며 깔아뭉겔 수 있는 것은 민주당을 무시할수록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잘 뭉친다는 '이상한 계산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시위를 보면서 북악산에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고 나약한 모습을 보일때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분열현상을 보이고, 이명박 정부가 유모차 촛불집회 참석자들까지 색출해서 불법시위 운운하며 조사할 때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잘 뭉친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때 한가락씩했던 사람들을 소위 친노 측근인사 운운하며 잡아 가둘때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잘 뭉친다는 이상한 계산법을 이명박 정부는 너무 일찍 깨달아 버린 것이다. 노무현 정부때 민주당 분당과 열린당 창당, 대북특검 수용, 임기후반부에 한나라당에게 연정을 제안해 지지자들을 산산히 흩어지게 분열시켜버린 전례에서 얻을 수 있는 값진 교훈을 너무 쉽게 빨리 얻어버린 것이다. 즉 530만 표차이를 보인 넉넉한 수의 집토끼만 지켜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통해 취임 초기에 눈치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전략전술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은 계속해서 한나라당에게 수모를 당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노리개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국회난장판 사건을 놓고 법원에 고소하고 국회법 운운하는 것 보다 근본적으로 한나라당이 무시하지 못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그것도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내부에 있다. 그것은 구심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현재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에게 놀림을 당하는 것이다. 물론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국민적 지지도 역시 밑바닥을 헤메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머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구심점이 필요하다. 구심점은 목소리 큰 특정인이나 차기 대권후보가 아니고 당의 화합이다. 민주당은 지금 화합이 없다. 형식적인 통합만 있었을 뿐이다. 화합없는 통합은 앙꼬없는 찐빵과 같다. 찐빵에서 앙꼬는 구심점이다. 해머를 들고 국회 출입문 고리를 부수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당내 분열의 요소를 박살내야 한다. 화합없는 통합이 문제다.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화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나라당에게 더 이상 수모를 안 당한다. 화합을 목놓아 부르짖고 몸소 실천하는 자가 민주당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박두성 / 뉴민주닷컴 회장> <저작권자 ⓒ 뉴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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